Wednesday, November 23, 2011

11.23.11 - 立冬[입동]


#1. 겨울의 첫 날
잠이 오지 않아서 tv를 켜고 우두커니 앉아있는데 비와 바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외출을 잘 하지 않아 요즘 날씨가 어떤지 잘 모르고 지내는 날이 많아서 그런지, 나는 귓가에 들리는 소리가 가을날씨라고 믿기 힘들었다. 소음많은 소월길에 자리잡은 우리집 위치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점점 비바람 소리가 거세지기에 tv를 음소거로 해놓고 가만히 앉아있다가 커튼을 올리고 창밖을 보았다. 희미하게 빗줄기가 내리는 것이 보이고 나뭇잎이 바람에 몸을 심하게 흔들고 있었다. 꽤나 추운 겨울이 온 것 같다.

#2. FTA 비준안 통과
시리얼을 먹으며 오늘은 무슨 무릎칠 기사가 있나 신문을 펼쳤다. 최루탄을 의장석(정확히는 부의장)에 뿌리고 있는 국회의원의 넌센스한 몸짓을 기막히게 포착한 사진이 1. <나는 꼼수다>에 관한 기사가 뉴욕타임즈에 실릴 만큼 한국 정치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커지고 있는 이 시점에, 민족열사가 되기라도 한 냥 최루탄을 내던지고 있는 그 격한 몸짓이 짜증나기 그지없었다. 요즘 사설면을 주의깊게 읽고 있는데, 포퓰리즘과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원, 그들의 이기적인 행동들이 더더욱 우리나라 정치와 현재/미래에 대한 의구심과 회의를 품게 한다. 내 일만도 복잡한데, 나라가 떠들썩해서 즐겁지가 못하다. (나라 안팎으로 시끄러운 시대다) 그러한 이유-심리적으로 짜증나게 만들고 불쾌해진다는-로 뉴스나 신문을 보지 않는다는 친구들과의 담화는 2040세대의 분노 또는 사회현상에 대한 무관심을 뒷받침한다고 생각한다. 뉴스/신문을 멀리하진 않지만, 나조차도 포털뉴스에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따라 몇 시간을 떠돌다가 화가 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라서, 이제 포털에 뜨는 뉴스는 보지 않기로 다짐한지 1년은 된 것 같다. 어디부터 잘못된 걸까.

#3. 분노의 브라우니
우울한 마음을 꿰매고 달래서 노트북 앞에 앉았다. 이력서 고치고 며칠 등한시했던 자료들을 훑고 있다. 현재 스코어, 커피 네 잔. 원인모를 짜증은 브라우니 반죽에 풀어 진정시켰다. 살굿빛 불빛이 깜박이며 브라우니 실루엣이 빙글빙글 돌아가면 진한 코코아 냄새가 온 집안에 퍼진다. 순간 행복해지는 달콤한 향. 이 달콤한 기운을 원동력으로 또 공부해봐야지.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