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November 20, 2011

11.20.11 - making scone


또 꽂혔다. 이번엔 베이킹.
기분이 안좋거나 암튼 궤도에서 벗어났을 때, 나는 집중할만한 것을 찾는다.
지난주에는 여름내 만들다만 토순이를 거의 완성했고
(머리랑 몸통 붙이고 얼굴 만들어주고 쓰담쓰담해주면 된다)
빼빼로데이 맞이로 만든 브라우니를 시작으로
오늘은 스콘과 브라우니 2.

브라우니가 구워지면서 풍기는 진한 코코아 냄새가 그렇게 행복을 느끼게 할줄 몰랐는데,
내이름은 김삼순의
동이 터오는 것을 느끼며 오븐안에서 달콤한 빵냄새가 나면 나는 위로받는다,
세상에 이렇게 달콤한 치유법이 또 있을까라는 장면은
이렇게 또 공감을 얻는다.

스콘 반죽을 치대면서 나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하나 떠올랐다.
잊고 있었던 이야기.

한창 우울하지만 연둣빛이었던 학교 생활,
가장 이른 아침 8시 타임에 교대였던 나는 좀 일찍 도착해서
커피 라지 사이즈 한잔을 사들고 들어가는게 루틴이 되었었다.
조금 사치인 날, 아침에 시리얼 대신 다른 것이 너무 먹고 싶은 날에는 조금 봐주기도 했다.
카페에서 팔던
누가, 어떤 알바가 주인속도 모르고 붙여놓았는지 큼지막하게 박아, 크게 구운 블루베리 스콘.
자그마한 설탕이 드문드문 붙어있는 그 손바닥보다 큰 스콘을, (가격도 몸집에 비해 착한)
작지만 강렬한 달콤함으로 날 유혹하는 초콜릿 쿠키나 과일파이를 제치고
커피와 함께 행복하게 사오곤 했다.

카페가 있는 곳은 음식파는 곳이 몇 군데 모인 학교의 큰 회관 같은 곳이었는데,
항상 사람들로 붐비곤 했다.
아무도 없는 아침에는 그 큰, 달팽이관처럼 생긴 그 건물이 너무 조용할 때면
꼭 셔터내린 가게들과 굳게 닫힌 사무실들이 파란불을 기다리는 차들처럼, 오픈타임만 기다리는 것 같았다.
나는 아침 신문을 들고 카페가 문을 열 때까지 기다렸다가 커피를 샀다.
오늘은 블루베리 스콘이 있을까 없을까, 있으면 하나살까 하는 설레는 마음으로.

공부하다가 출출할 때나 싸온 도시락을 다 먹고도 괜히 먹고 싶었었다.
우습지만, 그 스콘이 꼭 나를 위로해주는 것 같았다.
블루베리가 굽다가 터진 건지, 프룬마냥 크게 박혀있는 그 블루베리 스콘은 누가 구웠는지,
걔도 구우면서 무슨 불만이 그렇게 많아서 이렇게 크게 구웠을까,
(그 전에나 후에나 그렇게 큰 스콘은 본 적이 없다)
블루베리는 왜 이렇게 팬더 눈탱이가 되었을까.
그래서 그 크고 당당한 블루베리 스콘에게 미안하지 않게,
스콘이 들어가기 비좁은 그 종이봉투를 탈탈 털어 가루까지 남김없이 먹곤 했더랬다.
고마웠다, 스콘에게, 스콘만든 알바에게, 고단하지만 이런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일상에게.

그러다가 어느 날,
친구를 사귀게 되었다.
아니, 알게 된 건 좀 지나지만 인사만 하던 사람이었는데,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친해진 친구.
농구공 같은 애였다. 말이나 행동이나 통통 튀던 애.
갑자기 친해진 시기가 아쉽게도 졸업할 무렵이었는데.. 좀 일찍 만났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가끔 생각한다.
고민 많던 시기에 통통튀는 모습으로 고민을 얹어주고 또 웃게도 해준 녀석이었다.

그러다가 보았다.
어느 날 그 녀석이 블루베리 스콘을 만드는 모습을.

? 거의다 내가 만드는데.. 스콘도 내가 만들어하는 말을 흘려들었다가
카페를 지나다가 작업대위에서 걔가 스콘만드는 모습을 본 것이다.
순간 (망치에 맞은 느낌은 아니었어도) 뭔가에 홀린 것 같았다.
걔는 별 생각없이 만들었을지도 모르는데,
왠지 (그동안 내 상상처럼) 퉁퉁대며 반죽을 때리는 것 같고,
심술나서는 막 못생겨져버려라하면서
블루베리를 그야말로 반죽에 붓고 있는 것 같았다.

누가 이것을 이해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 순간이 그 우연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고단했던 타지생활을 위로해준 큼지막한 빵.
갑자기 내 인생의 문을 발로 차며 들어온 그 친구.
근데 그 빵이 그 친구가 만들어왔던 그 빵이라니..

그 친구에게 나의 이 블루베리 스콘 이야기를 아직 들려주지 않았다... 못했다.
알고 지낸 시간보다, 갑자기 알게되는 것들에 대해 난 놀랐고
그만큼 블루베리 스콘 이야기는 나에게 보물 같은 추억인 것 같다.
그 아이는 아마 해줬어도 안 믿었을 것 같다.
뭐야, 지어낸거야? 식상하잖아하면서 송충이 같은 눈썹을 꿈틀대면서 째려볼 것이 뻔하다.

언제쯤 또 만나게 될까, 블루베리 스콘이나 그 녀석이나.
보고싶다.











원래는 이런 이야기할 것이 아니었는데,
스콘을 만들다가 턱이 네모되도록 씹어먹었던 바게트가 생각나고,
눈물 머금고 바라본 니스 해변이 떠오르고
눈물을 머금게 한 이야기,
독일..등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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