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day, October 3, 2011

10.03.11 - '그냥'

'그냥'이라는 말을 쓰기가 무안할 때가 많다. 왠지 그 단어를 입밖에 꺼내면 사람이 가벼워보일 것 같고 구체적이어야 했을 대답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예전에 친구들과 잘 가던 떡볶이 집이 있다. 허름한 건물의 지하에 있는 그 집은 세월을 보여주듯 그 곳에 와서 추억을 남기고 간 학생들의 낙서로 가득했다. 특이한 메뉴가 있었는데 바로 '아무거나' 다. 이름처럼 특별한 건 아니지만 배고픈 학생들을 위해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의 떡볶이와 라면을 먹을 수 있는 메뉴다. "뭐먹을까"에 "아무거나"하기 딱 좋은 그런 곳.

'그냥'도 '아무거나'도 용납되지 않는 세상. 가끔은 좋은 게 좋은거고 그게 그런거라 '그냥'이라고 하고 싶은데 자꾸 실없다는 이야기를 들을까 말하기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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