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November 25, 2012

11.25.2012 - 무제


#1

금요일 퇴근 후 집밖으로 나가질 않았다. 이틀하고 한 밤을 집에서만 지냈다. 지난주 평일에 공허함과 막연한 다급함에 세워놨던 주말계획은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옹졸해진 내 마음에 짜증이 난 나는 고프지 않은 배에 밥을 꾸역꾸역 넣었다. 출처 모를 짜증에, 그렇게 먹지 않아도 됐는데 먹었다는 짜증까지나는 일곱시 쯤 줄넘기를 들고 옥상에 가서 음악을 틀어놓고 줄넘기를 했다. 역시 걷는 것만 못하지만 옥탑방에서 저 멀리, 또 가까이 있는 불빛들을 가만히 보며 뛰는 것은 묘한 위안이 되었다. 정적이면서, 또 동적인 이상한 느낌. 그렇지만 화가 다 풀리지 않았다.

#2

내 마음의 상태를, 내 몸의 상태를 지긋이 바라보라고 한 요가 선생님 말씀이 생각났다. 내 마음의 상태를, 내 몸의 상태를고작 5, 그리고 주말 이틀인데 내 마음은 마치 찻 잔 속처럼 휘저어진다. 무엇이 날, 내 마음을 괴롭히는 걸까. 한편으로는 이렇게 외롭고 쓸쓸할 수 있음을 즐기고 있다. 그런 작은 가치들이 없으면 난 젊지 않을 걸 테니까. 내 마음은 바람 잘 날이 없다.

 

1 comment:

  1. 오늘 나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그녀의 글이구려.
    젊어서 이런거라 위로 해볼께.
    몬지 모를 우울함. 짜증에 괜시리 기분이 묘해지는.
    나를 지긋이 바라본 시간을 갖은게 언제인지. 시간이 없다는건 핑계일뿐일거 같아. 두려운거겠지.
    보고싶구려 친구야.

    ReplyDelete